정서연 Seo-yeon Jeong



정서연 (2001, 미국 LA)은 홍익대학교 조소과 학사 졸업 후, 서울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서연은 유, 무형 기념비로 존재하는 동시대 조각이 형성한 진영의 관찰자이자 전략적 침입자이다. 작가는 전복과 설치, 두 가지의 전략을 취한다. 제도권 아래 강력한 위신을 가진 조각상의 실루엣을 파괴하기 위해 녹이거나 녹슬게 하거나 개조하고, 기념되지 못했던 이야기를 불러내기 위해 또 다른 기념비를 건설하면서 이 견고한 진영에 침투하고자 한다. 작가가 조준하는, 혹은 다시 쌓아 올리는 기념비는 작가의 사적인 경험에서 비롯한 이야기를 담으며, 그에 따라 제작과 해체의 방법을 달리한다. 물성 실험을 통해 가장 적합한 전달 방식을 택한 작가는 관객을 이곳에 초대해 자신이 새로 축조한 무대를 관찰하게끔 한다.
Seo-yeon Jeong (2001, LA, USA) received her BFA in Sculpture from Hongik University and continues her work in Seoul. Through her diverse work and use of various media, as well as her frequent changes in direction, Jeong has consistently chosen the most suitable materials and methods for each of her project.

Jeong acts as both an observer and a strategic intruder in the established camp of our comtemporary monuments, shich exist in both tangible and intangible forms. The artist employs two strategies: subversion and installation. The former aims to dismantle a monument that wields enough power to be considered a form of colonization. She transforms, corrodes, or refurbished these remnants of oppression, involving the audience as witnesses. The latter approach involves creationg a monument that commemorates untold stories. These installed monuments are closely related to her personal life as a second-generation immigrant and a state ward due to her parents’ deportation from the US.

IG: @rosalovestudio
HP: rosalovestudio.com 
 


유한한 자원과 능력을 가진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이들이 태초에 지니고 있는 것 외에 모든 것은 스스로에게 할당된 능력을 이용해 투쟁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누구나 지니고 있는 듯한,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것의 부재는 어떤 방식으로 메울 수 있을까. 

뿌리 없는 나무가 어디 있으며 낙화 없는 결실이 어디 있는가. 모든 생장에는 그것의 뿌리, 근본과 아픔이 존재한다. 땅에 고정되어 물과 양분을 흡수하고 식물체가 그것을 이용해 꽃을 피우고 과실을 맺기까지. 뿌리는 식물의 성장과 생명 유지의 근간이 된다. 인간에게 뿌리는 ‘정체성’이라는 모호하고도 형체 없는 단어로 치환된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뿌리로 부모와 고향, 나아가 민족, 인종, 역사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땅에 고착(귀속)된 존재가 아니라 이동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실재하는 자신의 뿌리를 상실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분명 내가 존재하는 이유, 즉 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에게 표면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뿌리를 드러내 보이기 위해, 작가는 그것을 추적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서연은 미국의 보육원과 위탁 가정을 전전해 왔다. 곳곳을 헤매다 자국에 돌아온 지금도, 어느 한 군데 뿌리내릴 수 없는 곳에서, 뿌리 없이 뻗는 방법을 택한다. 정서연은 ‘세우기’, 일종의 돌봄(care take)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뿌리 없이 부유하는 존재들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Root-less>(2023)는 자라난 나무 위에 집을 짓는 시도로,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임시 비계(아시바 足場)를 나무 삼아 서 있다. 공간을 점유하긴 하지만, 어디 하나 영속되지 못하고 그저 부유(浮遊)하는 트리 하우스(Tree House)는 어느 곳에서든 서 있을 수 있고, 언제든 지나가는 이들을 맞이한다. <Root-less>는 기대어지고 세워지고 얽히는 등의 행위를 그 자체의 성장법으로 삼아 뿌리를 쌓아 올린다. 함께 위치한 <Veterans>(2024)는 “Root-less”에서 파생된, 뿌리 없는 나무를 비석과 같이 세운 조각 군상 작업이다. 여기서 각 조각은 나(정서연)의 친구이자 대신자이다. 모두 다른 삶을 살다 뿌리에 대한 의문을 쫓아 한 곳에 모인 폐목들은 구조물이 장착되거나 기대어지거나 구부러지는 등 변형을 받아들이며 자립을 도모한다. <Root-less>와 이 중심으로 모인 <Veterans>는 그 자체로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자신들만의 중립국¹ 에 위치한 이들 서로는 각자 뿌리의 증인이 되어준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어디엔가 분명 존재하지만, 흐릿하기만 했던 ‘뿌리 root’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의 이해를 요구하는 듯 보인다. 뿌리 없는 이들이 이제 자신의 혼종적 정체성을 인정하고 형성해 나가기 위해 하나의 ‘통로 route’로서 뿌리를 이해하도록. 또한 일어선 나무들이 ‘나’와 또 다른 ‘나들’의 결락(缺落)²을 포착하고, 우리가 서로의 상실을 끼워 맞추며 보듬을 수 있도록.


¹ "중립국." 1960년 소설가 최인훈이 집필한 중편 소설 『광장』 中, 포로가 된 주인공 명준은 결국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 행을 선택하게 된다.
² 있어야 할 부분이 빠져서 떨어져 나감


With limited resources and abilities, humans cannot possess everything they desire. Everything beyond what their innate qualities comes from utilizing their allocated abilities.  Yet how is the absence of something that everyone seems to have, a thing that is considered inevitable for all, obtained?

Where is the tree without roots, a fruit fallen blossoms? Every growth has its roots, its foundation, and its pain. Fixed in the ground, absorbing water and nutrients, the plant uses these to bloom and bear fruit. Roots are the basis for plant growth and life maintenance. For humans, roots can be replaced by an ambiguous yet shapeless word "identity." The easiest roots to understand might be parents and hometown, extending to ethnicity, race, and history. However, unlike plants bound to the earth, humans can move anywhere, and in this mobility, they can lose their obvious roots. Yet, knowing that there is a reason for their existence and those roots exist, they undertake the process of uncovering and tracing those roots.

Seo-yeon Jeong has been living in orphanages and foster homes in the United States. Even now, after wandering around and returning to her home country, she chooses to stretch without roots in places where she cannot take root. Through the process of 'building,' a kind of caretaking, she imbues affection and support for other beings drifting without roots like herself, giving them vitality. "Root-less" (2023) is an attempt to build a house on a grown tree, standing as a temporary scaffold used in construction. While it occupies space, it doesn’t settle permanently but rather floats as a tree house that can stand anywhere and always welcomes passersby. "Root-less" accumulates roots through acts of leaning, standing, and entangling, taking these actions as its own method of growth.

"Veterans" (2024), situated alongside "Root-less," is a sculptural ensemble derived from "Root-less," where rootless trees are erected like gravestones. Each sculpture represents a friend or proxy of her. These discarded woods, gathered in one place following questions about roots from their different lives, are altered to become self-supporting as structures are attached, leaned upon, or bent. "Root-less" and the gathered "Veterans" form a community in themselves. Located in their own neutral territory, they become witnesses to each other's roots.

These movements seem to call for an understanding of 'root' from a different perspective, suggesting that rootless individuals recognize and form their hybrid identities, understanding roots as a 'route' to do so. Furthermore, the standing trees aim to capture the absence in 'me' and the other 'me,' allowing us to fit together and embrace each other's losses.


글: 이나경 Nakyung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