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Heekyung Lee



이희경(1986, 대한민국 의령)은 한국 사회에 정주 중인 아시아 이주민들의 삶과 배경을 리서치 하며 영상과 드로잉 등을 매체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개인의 미시사에 잠재 된 문화. 역사 등의 배경과 도착지의 여러 사회적 레이어로 형성 되는 이주 당사자의 다층적인 정체성의 구현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구도심에 형성 되는 이주민 식당을 다니며 한국사회의 빈공간을 메우는 이주민의 존재를 인식하고 만남과 교류에 중심을 둔 작업을 전개하였다. 이주여성들이 구현하는 일상의 현실과 과거 존재 그러나 여전히 유효한 존재들 사이를 오가며 작가는 공동체의 미래에 질문한다.

Heekyung Lee(b.1986, Uiryeong, South Korea) researches the lives and backgrounds of Asian migrants living in South Korea, creating works through mediums such as video and drawing. The focus is on the cultural and historical contexts embedded in individuals' micro-histories and the multifaceted identities of migrants shaped by various social layers of their destination. By visiting migrant restaurants in old city centers, the presence of migrants filling the gaps in Korean society is recognized, and works centered on encounters and exchanges are developed. Exploring the everyday realities of migrant women, their past existences, and their ongoing relevance, the artist questions the future of the community

HP: https://kaspar-h.com/lee-heekyung-1
 


“멀리 가고 싶었지, 행복해질 자신을 가지고”  

<회차시간>은 한국에서 타향살이를 시작한 인도네시아 출신 아나가 목적지 없이 버스에 올라타 종점을 지나 다시 정류장으로 돌아온 방황의 경험을 토대로 한다. 그녀는 1997년 한국으로 이주해 자녀들을 키우며 로컬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레지던시에 입주하였던 이희경은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이어 나가며 아나와 인연을 맺게 된다. 작가는 무슬림인 아나처럼 질밥(jilbab, 히잡의 인도네시아식 명칭)을 쓰고 그녀가 해준 이야기를 따라 낯선 도시에서 무작정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렇게 작가는 아나의 정체성을 둘러 입고 그녀의 행적을 따라가본다. <산책>은 이주의 경로로 장소에 대한 이희경의 사유와 4명의 이주여성의 인터뷰를 각색한 영상이다. 산책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우연히 촬영한 사람으로 자카르타에서 반둥으로 가는 평범한 승객이다. 작가는 기차 앞좌석의 인물을 보며 여성들의 말들을 떠올리며 그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있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회차시간>과 <산책>은 장소와 장소 사이, 이동의 과정에 있는 시간을 보여준다. 영상은 이주민들이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을 담아낸 것이 아니다. 이동하는 버스, 기차안에 몸을 싣고 사색하는 이의 의식의 흐름을 드러낸다. 이는 현실에서 잠시 물러난 사색의 과정으로 자기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방랑¹의 시간이다. 여기서 이들은 모험을 통한 자아의 발견 (Retrouver le soi à travers de l`aventure) ²’을 수행한다.

이동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타자의 시선을 마주하게 된다. 아나도 이와 같이 필연적으로 자신의 이질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서로가 낯선 이곳에서 이질적인 정체성은 가시화되며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게 된다. 방랑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타자와의 만남은 개인의 영역을 확대시킨다. 새롭게 생성된 영역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은 또 다른 자아 정체성의 발현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타자는 이 방랑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확장시키는 존재가 된다. 이렇게 정지된 자신의 환경을 극복하고 무한에 대한 응시와 걷기를 통해, 또 다른 생성된 자아로 옮겨 가는 것이 방랑이 주는 결과이다. 경계를 건너온 아나는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 가능하도록 변환하고 와해하도록 내몰려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가 규정지은 ‘이주민’의 틀은 그녀의 전부를 대변하지 못한다. 공공의 장에서 배제되거나 가시화 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그녀는 장소에 존재하며 자신을 그곳에 확장한다. 이곳은 동시에 이주자로부터 선택 된 장소이기도 하다. 아나는 이주의 문을 열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현하며 다원적인 주체가 된다. 이주민인 동시에 주체적인 ‘유목민’이다. 우리는 그녀가 지닌 유연한 사고와 삶을 영위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부터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세계로 나아가는 방법을 엿보고 용기를 얻는다.

아나와 같은 이주민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들의 선택권을 행사하여 그 광활한 사막에 자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외부적 요인들이 그들의 선택을 강제했다고 보는 편이 설득력있다. 외부환경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노마드의 삶인 것이다. 이주민의 삶 속엔 비애 섞인 합리화와 불안감, 그리움이 내재되어 있다. 영상 속 자막은 되려, 자신의 삶이 나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안타까운 독백에 가깝다. 이희경은 이 불안정한 부표 같은 삶에서 더 나은 삶을 향한 이주를 하고 그 이주의 경험은 개인이 내제하는 장소 개념을 세계로 확장하지만 사실 글로벌 자본주의 체인망-식민 경제의 루트를 따르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삶을 긍정하며 환대한다. 타자와의 접속이 필수 불가결한 방랑에서 타자에 대한 열려 있음과 환대는 방랑적 경험의 필수 요소가 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 간 비위계적 관계의 그물망을 연결해주는 것은 ‘감정적 공유’를 통한 ‘융해³’이다.

¹ 사회학자 마페졸리는 ‘노마디즘’이란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방식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방랑’이라 명명한다.
² Maffesoli,Une lecture de Georg Simmel, Sociétés, 2001
³ Maffesoli, Une lecture de Georg Simmel, Sociétés, 2001


"Longing to go far, carrying the promise of happiness."

 <Jam Kembali, Return> is based on the wandering experience of Ana, an Indonesian migrant woman, boarding a bus without a destination and returning back. She immigrated to Korea in 1997 and has been raising her children while running a local restaurant. Hee-Kyung Lee developed a relationship with Ana while she stayed at a local residency and continued her work to visualize the lives of migrant workers.  Like Ana, a Muslim, the artist put on the jilbab (the Indonesian name for hijab) and boarded a bus in the unfamiliar city, following the story Ana told. In this way, the artist wears Ana's identity and follows her journey. <Stroll, JALANJALAN> is a video of Hee-Kyung's thoughts on places as migration paths and interviews with four immigrant women. The person who appears in the first scene, is an ordinary passenger traveling from Jakarta to Bandung, coincidentally filmed. Observing the individual in the front seat of the train, the artist recalls the words of the women and imagines that they may also share the same thoughts. <Return> and <Stroll> capture the time in the process of movement between places. The videos are not about the labor of migrants. It reveals the flow of consciousness of a person meditating while riding a moving bus or train. This is a time of wandering, a process of contemplation where they step away from reality and look back on themselves and their surroundings. Here, they perform ‘retrouver le soi à travers de l’aventure’ (discovery of self through adventure).

During the journey, the artist encounters the gaze of others. Ana must also inevitably realize her otherness.  In this unfamilier place, heterogeneous identities become visible and one becomes aware of one's identity as a stranger.  Encounters with strangers through wandering expand their realms. Personal experiences in newly created realms lead to the manifestation of another self-identity. Therefore, the stranger becomes a presence that establishes and expands one's identity through wandering. Overcoming their stagnant environments and through contemplation of the infinite, wandering leads them to another created self. Ana, having crossed boundaries, may have been forced to understand and dismantle her identity to live in Korean society. However, the societal framework of being an 'immigrant' cannot fully represent her entirety. Even if excluded or invisible in public spaces, she exists and extends herself to that place. This place is simultaneously chosen by immigrants. Ana actively manifests her identity through immigration while being a subjective 'nomad'. We glimpse various possibilities for advancing towards a world through her flexible thinking and active approach to life.

It's difficult to see immigrants like Ana as choosing to reside in that vast desert in its true sense. Rather, it's more persuasive to view external factors as forcing their choices. Their lives as nomads are characterized by inevitability due to external circumstances. Immigrant lives are infused with melancholy mixed with rationalization, anxiety, and longing. The subtitles in the video rather resemble a pitiful soliloquy comforting oneself that their life is somewhat okay. Hee-Kyung Lee points out that in this unstable buoy-like life, people migrate toward a better life, and that the experience of migration expands the individual's inherent concept of the place to the world, but follows the route of the global capitalist chain network-colonial economy. Nevertheless, they affirm life and welcome it. In the wandering where the connection with others is essential, openness to others and hospitality become crucial elements of the nomadic experience. In this process, ‘fusion’ through ‘emotional sharing’ connects the network of non-hierarchical relationships between individuals. 


글: 김해린 Harine Kim



이희경, <Jam Kembali 회차시간>,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06초.


이희경, <Jam Kembali 회차시간>,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06초.
이희경, <Jam Kembali 회차시간>, 2022,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06초.
이희경, <산책 JALANJALAN>, 2023, 단채널 비디오, 흑백, 사운드, 7분 26초. 
이희경, <산책 JALANJALAN>, 2023, 단채널 비디오, 흑백, 사운드, 7분 26초. 
이희경, <산책 JALANJALAN>, 2023, 단채널 비디오, 흑백, 사운드, 7분 26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