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희킴 Jihee Kim
지희킴(1983, 서울)은 동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교 순수미술 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 후,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미술학부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작가는 대상이 지닌 본래 속성을 해체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작업 방식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작가의 드로잉 연작은 세계 각국의 도서관에서 기증받은 책의 텍스트 위에 작가의 ‘사고의 연상 드로잉’을 병치하여 이질적인 감각을 끌어낸다. 작가는 무의식에 있는 기억을 의식화하여 표상한 드로잉을 통해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사회적인 메시지를 도출한다. 작가는 현재 회화, 드로잉, 그리고 설치미술까지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고 런던, 도쿄, 가오슝, 타이베이 등 세계 각지의 관객과 소통하는 드로잉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Jihee Kim (b. 1983, Seoul) majored in Western painting at Dongguk University and obtained her master’s degree from the same institution. She then studied abroad in the UK, completing her MFA at 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 and later earned her PhD in Western painting from Ewha Womans University. She is currently an assistant professor in the Department of Art at Dongguk University. Kim is noted for her method of deconstructing the inherent properties of her subjects and reconstructing them in her unique style. Her drawing series juxtaposes her “associative thought drawings” with texts from books donated by libraries worldwide, evoking a sense of dissonance. By bringing unconscious memories into conscious representation through her drawings, she extracts social messages from personal experiences. Currently, Kim explores various media including painting, drawing, and installation art, and conducts drawing workshops engaging audiences in cities such as London, Tokyo, Kaohsiung, and Taipei.
작가의 북 드로잉 연작에서 텍스트와 그 위에 그려진 드로잉은 서로 섞이지 않고 이질적인 층위를 이루고 있다. 이는 작가의 독특한 작업 방식에서부터 기인하는데 작가는 북 드로잉 작업을 할 때, 작가는 책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읽지 않는 방식을 택한다.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레이아웃을 가진 페이지를 선택하고 해당 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단어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 단어로부터 연상되는 기억을 소환하는데, 구체적으로 책에 한 페이지에서 'mother'라는 단어를 선택하면, '엄마와 함께 갔던 하와이', '하와이에서 주운 조개', '할머니가 만들어준 조개 요리'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그 후, 특정 단계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구상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방금 전의 기억에서부터 수십 년 전 기억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단편적인 서사를 끌어온다. 이러한 드로잉의 과정을 두고 작가는 ‘사고의 연상 드로잉’이라 명명하고, 작품의 제목은 페이지에서 처음 단어 선택한 단어가 된다.
책이란 작가에게 맥락이 아닌 하나의 이미지 그 자체이며, 기억을 연상해 내는 재료다. 작가는 외국어로 이루어진 책만 다루는데, 그 이유는 모국어인 한국어로 구성된 책은 책을 펴는 순간 어떤 내용인지 파악이 되기 때문이다. 외국어는 작가에게 장애물이었지만 작업에서 이질적인 느낌을 의도적으로 되살리는 수단으로써 활용된다. 맥락상 서로 전혀 섞이지 않은 텍스트와 드로잉은 유학 생활 중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드로잉이 위치한 텍스트와 드로잉의 맥락을 분리하는 작가의 작업 과정은 의도적으로 기의로부터 기표를 분리하고 이 둘 사이의 간극을 넓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작품을 ‘여기’도 ‘저기’도 아닌, 사이-내 공간(in-between space)에 보존시킨다. 또한 이런 간극은 다양한 문화 공존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북 드로잉 작품들은 문화적 차이와 그에 대한 표상으로서 문화 혼종성이 현실화되는 구체적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북 드로잉 연작은 무언가로 규정되거나 그 어딘가에 속하지 않고, 중간지대에서 서 있는 상태에 관한 것이다. ‘책’이라는 공공적인 물질을 개인화하고 이질적인 문화에서 일어나는 긴장과 갈등, 그리고 소외의 감정을 개인적인 기억을 통해 풀어내며 다시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한다. 개인적인 기억에서 출발한 드로잉을 맥락에서 이탈시켜서 간극을 드러내는 것은 바로 작가가 한국을 떠나 영국으로 삶의 터전과 작업 공간을 옮기면서 경험한 이질적인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작가의 독특한 북 드로잉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In Kim's book drawing series, the text and the drawings superimposed on it form distinct layers without merging, creating a sense of dissonance. This stems from her unique approach, where she deliberately avoids reading the book's content while working. She selects pages with the most visually appealing layouts and picks out striking words. These words then trigger associative memories, such as choosing the word "mother" from a page and recalling "a trip to Hawaii with my mother," "shells collected in Hawaii," and "a shell dish prepared by my grandmother." She then conceptualizes images emerging from this associative process, drawing from memories spanning recent moments to decades past, weaving fragmented narratives across time and space. Kim names this process "associative thought drawing," with the title of each work being the first word she selects from the page.
To the artist, books serve not as contextual references but as images and materials for evoking memories. She exclusively works with books in foreign languages because books in her native Korean would immediately reveal their content upon opening. While foreign languages initially posed a barrier, they became a means to intentionally evoke a sense of dissonance in her work. The text and drawings, though contextually separate, reflect her emotions during her study abroad. By intentionally separating the signifier from the signified and widening the gap between them, she preserves her work in an "in-between space," neither “here” nor “there”. This gap symbolizes the challenges of cultural coexistence, with her book drawings embodying cultural hybridity as a manifestation of cultural differences and representations.
Kim's book drawing series is about occupying a space that is neither defined nor belonging to any specific category, standing in an intermediary state. She personalizes the public material of "books" and translates the tension, conflict, and feelings of alienation arising from encountering different cultures into personal memories, which then expand back into a social context. This method of detaching drawings from their context to highlight the gap originates from her experience of cultural dissonance after moving from Korea to the UK. Her unique book drawings can be seen as a way of reflecting on her life.
글: 주지후 Jiwhu Joo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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