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균 Jinkyun Ahn
안진균(b. 1983)은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사진과 영상을 공부했고, 이후 영국의 로얄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사진학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사진 매체를 기반으로 여러 디지털 사진과 설치, 영상 작업을 주로 다룬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와 닮음을 사진의 재현성에 비유적으로 담아내는 시도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매여 있음을 보여준다. 그에게 사진은 현실의 이면인 예술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매체이며 2차원의 형상을 3차원의 실재하는 것으로 연결 짓는 탁월한 매체이다.
Jinkyun Ahn (b. 1983) studied photography and film at the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in the United States, and later received a Master's degree in Photography from the Royal College of Art in the United Kingdom. He primarily focuses on digital photography, installations, and video works, often exploring the relationship and resemblance between parents and children, metaphorically encapsulating their interdependence through the reproducibility of photography. To him, photography serves as an effective medium for expressing the underlying artistry of reality, bridging two-dimensional representations with three-dimensional realities.
사진은 렌즈에 맺힌 상을 그대로 인출해내는 직선적 성격의 카메라의 결과값을 가졌다. 이 직선들을 끝없이 늘어뜨리면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듯이 안진균은 사진의 연작을 선호한다. 작품 <20150208> 연작 시리즈는 작가와 그의 가족의 사진이 담겨있던 폴더명이다. (작가 가족과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담은 사짐이 담겨있던 폴더명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알 수 없는 버그로 인하여 이 파일을 포함한 많은 양의 데이터는 복구 불가 판정을 받았고, 원본 이미지 파일이 망가지며 디지털 카메라의 정점인 복제성을 잃어버렸다.
디지털 카메라는 영원한 기록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져다 주었다. 자의적으로 지우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 데이터의 세상, 사람들은 당연하게 믿는 믿음 아래 오늘도 가상 세계에 자신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나 가끔 이 거대한 믿음이 한순간에 불신으로 바뀌어 버리기도 한다. 디지털 상에 오류가 등장하는 순간, 저장된 이미지 파일은 스스로 산산조각을 내버리고 그 형체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망가진 파일은 복구할 수 없으며 되려 디지털이 가진 특수성을 단숨에 부셔버리고, 복제성이 파괴된 원본은 더이상 효용가치가 없다고 판단된다. 이렇듯 현대 문명은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고,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원본 사진 파일이 망가지면서 작가는 이 순간, 가족의 해체를 생생히 경험한다. 한 장의 이미지 파일 안에 담겨있던 가족은 한순간에 그 결속력을 잃어버리는 동시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 아래에서 본인과 아내, 아들은 서로 해방감을 느낀다. 역설적이게도 작가는 아들과 자신의 연결고리에서 기인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이는 자기의 정체성을 탐구하려는 새로운 시도로 이어진다. 사진 안에서 개인들은 하나의 가족을 이루지만, 망가진 사진 속에서는 개별적 개체로 작동하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반문한다. 자신의 일부를 가진 이들에게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노마드가 정체성을 찾으려 이리저리 유랑하는 모습과 닮아 있다. 이는 때론 고통스러운 작업으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그 어느시도보다 명확한 정체성을 찾게 될 것이다.
The photograph embodies the direct nature of the camera, which faithfully reproduces the scene captured by the lens. Like connecting these lines endlessly completes a story, Ahn Jinkyun prefers a series of photographs. The series titled <20150208> is the folder containing photographs of the author and his family. However, one day, due to an unknown bug, a significant amount of data including this file was deemed irrecoverable, leading to the corruption of original image files, and the loss of the replicability of digital cameras.
Digital cameras brought the belief in eternal records. However, occasionally, this belief shifts to doubt when digital errors occur, fragmenting stored images, and making them unrecognizable. These corrupted files cannot be restored, shattering the uniqueness of digital and deeming the original worthless. Hence, despite appearing to enrich our lives and solve all problems, modern civilization falls short.
As the original photograph file gets corrupted, the author vividly experiences the dissolution of his family. In an instant, the family depicted in one image loses its cohesion, and beneath the nonexistent image, the author, his wife, and his son find liberation. Paradoxically, the author, freed from the fear rooted in the bond with his son, embarks on a new attempt to explore his identity. Individuals within the photograph form a family, but within the damaged photograph, they function individually, questioning their existence. Attempts to find identity in those who share a part of themselves resemble nomads seeking identity, sometimes leading to painful processes but ultimately finding clarity in identity.
글: 한다영 Dayoung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