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희 Yeonhee Kim
김연희(1987, 대한민국 진주)는 끊임없는 이동으로 인한 피로감과 유목민적 삶에서 기인한 불안감을 탐구하고 그것으로부터 마음의 평안을 지키기 위한 작품을 만든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9년간 샌디에이고, 시카고, 미시간 등 다양한 지역을 이주하고 한국에 귀국한 현재까지도 이주와 정주를 반복하는 작가의 작품은 작가의 유목민적인 생활의 모습과 닮아있다. 안락함을 추구하는 정주의 삶과 이동이 필수적인 삶의 형태 사이에서의 끊임없는 갈등을 탐구하며 작가는 이 모순적인 두 욕구를 대치시키는 대신 서로를 탐색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이주에서 오는 불안감 속에서 자신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자신만의 피난처를 탐색한다.
Yeonhee Kim (b. 1987, Jinju, South Korea) explores the fatigue and anxiety stemming from constant movement and a nomadic lifestyle, creating works that seek to maintain inner peace amidst these experiences. After graduating from high school in Korea, she lived in various places including San Diego, Chicago, and Michigan for nine years. Even after returning to Korea, she continues to alternate between moving and settling down. Her works reflect her nomadic way of life. Kim investigates the ongoing conflict between the desire for the stability of a settled life and the necessity of a mobile existence. Instead of opposing these contradictory desires, she explores and complements them, searching for her own refuge to sustain her life amid the anxiety of migration.
<wandern_4>, <wandern_7>, <냄새_2>는 작가가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해 개인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녹화한, 도로와 도보로 이동하는 여정을 담은 일인칭 시점의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상을 둘러싸는 육각형의 벌집 구조물는 작가가 이동할 때 항상 사용하는 네이게이션 앱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이어 작품 제목에 붙여진 각 숫자는 육각형 벌집 구조의 개수를 뜻한다. <wandern_4>는 작가가 개인전을 준비하기 위해 도로를 운전한 모습을 8개월가량 녹화한 영상을 편집한 것이다. 도로를 달리는 장면의 4개의 영상은 점차 하나씩 검은색 화면으로 변하며, 마지막 영상이 없어지며 영상이 종료된다. 도로를 달리는 영상과 검은색 화면의 대비는 마치 이동과 정주의 무한한 순환이라는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wandern_7>은 도보자의 관점에서 이동을 서술한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장면, 전시에 쓰일 나무 구조물을 제작하는 기계의 장면, 그리고 전시에 필요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목공소로 가는 도보의 장면까지, 모두 개인전을 위해 준비하는 동안 필요했던 이동을 담은 모습이다. 이 영상은 한 번에 이루어진 단일한 사건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지역과 시간에서의 다양한 모습이 조합돼 하루의 일상처럼 편집된 것이다. <냄새_2>는 테이블에서 지인과 양식을 먹는 장면과 차로 이동하는 장면이 함께 병치돼 있다. 이러한 구성은 지인과 양식을 먹는 일상적인 모습과 어딘가로 질주하는 모습이 대비되며, 정주의 안락함과 이동의 불안감을 동시에 강조한다. 일상적 모습은 작가가 유학 생활 중 느낀 고향에 대한 향수를 은유하는데, 작가가 고향인 한국에 돌아와서도 ‘늘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점에서 볼 때 환영적인 이미지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가 『21세기 사전』(2000)에서 예측했듯, 현대인의 삶은 1만여 년간의 정착 생활을 끝내고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리의 삶은 이전보다 더 자유로워진듯 하지만 이주는 정착할 곳을 잃은 채 정처 없이 유랑하는 과정으로 변모할 위험성 역시 내재한다. 작가가 느끼는 불안감도 역시 돌아갈 고향이 없다는, 실향민(homeless)으로서의 감정에서 기인한다. 한편 이주할 수밖에 없는 삶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인 작가는 현재까지도 진주, 순천, 서울, 양평 등 오가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동’이라는 과정 자체가 작가의 작업 내용이 되면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동의 끊임없는 흐름 속에서도 내면의 평온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집 없는 실향민으로서 이주만을 꿈꾸는 것이 아닌, 언제나 정주와 이주를 넘나들며 ‘여행자’라는 입장에서 유목을 이루어내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wandern_4," "wandern_7," and "nostalgia_2" are videos documenting journeys on roads and footpaths, recorded while Kim was preparing for her solo exhibition after returning to Korea. The hexagonal honeycomb structures surrounding the videos are inspired by the navigation apps Kim always uses while traveling. The numbers in the titles represent the number of hexagonal cells. "wandern_4" is edited from approximately eight months of recorded driving footage while preparing for her exhibition. The four driving scenes gradually fade to black screens, and the video ends as the last scene disappears, symbolizing the endless cycle of movement and settlement in life. "wandern_7" depicts movement from a pedestrian’s perspective, including scenes of riding the subway, machines making wooden structures for the exhibition, and walking to a woodworking shop to create necessary pieces. Though appearing as a single event, the video is a compilation of various scenes from different times and places, edited to seem like a day’s routine. "nostalgia_2" juxtaposes scenes of eating Western food with friends at a table and traveling by car, highlighting the contrast between the comfort of settling and the anxiety of moving. The everyday scenes metaphorically evoke the nostalgia for home felt during her time abroad, while also representing the perpetual desire to escape even after returning to her homeland.
As Jacques Attali predicted in his book "Dictionary of the 21st Century" (2000), modern life has entered a new phase of constant movement after 10,000 years of settled living. While our lives seem freer, migration carries the risk of turning into a directionless wandering process, losing a place to settle. Kim’s sense of anxiety also stems from this feeling of being a homeless individual without a place to return to. Accepting her fate of a life that must keep moving, Kim continues to live a life of constant movement between Jinju, Suncheon, Seoul, and Yangpyeong. As the process of "movement" itself becomes the content of her work, she strives to find inner peace within the continuous flow of movement through her art. She embodies the nomadic life not merely by dreaming of migration as a homeless individual but by navigating between settling and moving as a "traveler."
글: 주지후 Jiwhu 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