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주 Minju Kang 



강민주 (1999, 대한민국 서울)는 홍익대학교 판화과 학사 졸업 후, 서울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강민주는 겉으로 보기엔 균형적인 듯 보이는 사회 속의 불균형을 포착해 이를 판화 기법으로 기록한다. 작가는 자신이 목격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로 야기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작품에 담아 승화시키고자 한다. 동시에 작품을 감상하게 되는 현대인들의 공감을 유도하기 위해 시간을 초월하는 시대적인 아픔에 주목하고, 역사와 같이 우리의 공통된 기억 속의 ‘구덩이’를 파고든다. 작가는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구덩이에 파묻힌 존재들의 아우성을 시각화하고, 이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사유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작가 본인의 문제의식과 해결책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고자 한다.

Minju Kang (1999, Seoul, South Korea) graduated with a bachelor's degree in Printmaking from Hongik University and continues her work in Seoul. She captures the imbalances within a seemingly balanced society and documents them through printmaking techniques. She feels a strong sense of injustice towards the societal absurdities she witnesses and aims to sublimate the resulting negative emotions into her artworks. To evoke empathy from contemporary viewers, she focuses on the timeless pains that transcend eras, delving into the 'pits' within our shared memories, such as history. Minju Kang visualizes the outcries of those buried in these pits, traversing between two-dimensional and three-dimensional forms. She seeks to provoke contemplation in her audience while enhancing the persuasiveness of her awareness and solutions to these issues.



인류 탄생 이전, 태고에 땅이 있었다. 우주의 섭리대로 존재하던 땅의 세계에 인간은 자신들의 구조와 체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구덩이를 파고 그 위에 집을 짓는 등 땅에 변형을 가함으로써 인간은 자신보다 수명이 긴 땅을 소유하고자 했다. 누가 그 구덩이를 파게 될 지, 또 파묻히게 될 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사회의 발전을 열망한 인간의 ‘이기심’은 오늘날 현대 사회를 이륙 시킨다. 

호모 사케르(Homo Sacer)는 직역하자면 성스러운 인간, 실제로는 사회적, 정치적 삶을 박탈당한 채 생물학적 삶만을 가진 존재를 의미한다. 이들은 사회의 법에 보호되지 않고 그저 배제된 ‘것’으로 여겨진다. 인간으로서의 존엄, 자율성, 정체성 등은 박탈당한 채 헐벗은 것처럼 살아가는 이들은 형태와 내용을 달리할 뿐 시대를 초월하며 존재해 왔다. 종교가 달라서, 성별이 달라서, 때로는 민족이 달라서 희생당한 이들은 특정 집단의 안정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수반되는 인간 사회의 생명유지장치 이었다. 현대 사회에서의 호모 사케르는 명백하게 규정된 하나의 형상이 없는 대신에 ‘잠정적’이라는 거대한 범위의 포위망 속 누구에게나 부여될 수 있는 운명이 되었다. 

강민주는 현대 사회의 ‘호모 사케르’로 난민을 지목한다. 자유롭게 자신의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축복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이들은 불안정한 상황 속 본인의 미래를 내건다. <우리는 모두 떠난다>(2023)에서는 다양한 양식의 건물 이미지가 모듈판화로 조합된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는 정체성을 얻기 위해 전전하는 난민의 현실을 보여주고, 바느질로 이어진 각각의 건물은 일회적인 정착지로서의 현대인의 ‘집’을 의미한다. 작가는 우후죽순으로 세워진 집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기워 넣으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운명이 몸을 뉘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집’의 상실을 이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처럼 작가는 당장부터 정착할 수 있는 집과 국가를 필요로 하는 난민을 바라보며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행태와 유사점을 발견해 나간다. 포개어진 형태로 배치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2023), <구덩이를 향하여> (2022)는 사회 속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사람들을 다시금 불러들이고자 하는 작업으로, 구덩이 형상을 활용해 분명 존재하지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난민들의 불안감과, 끝이 가늠되지 않더라도 발을 들이게 된 난민들의 막연함을 담는다. 불안과 위험에도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는 현대인의 피로, 그 궤도에서 낙오된 현대인들이 빠지게 되는 구덩이(권태)에 집중하며 그곳에 빠지는 사람이 우리 모두일 수 있음을 시사하고자 한다.

구덩이로 비치는 현 사회를 만들고 이를 살아가는 테두리 없는 인간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구덩이에 가려져 있거나 끝이 보이지 않는 이상을 찾고자 계속해서 구덩이를 파고드는 누군가의 존재가 있기에, 우리의 삶은 유지된다. 강민주는 테두리 없이 존재하기에 연약한 인간에게서 맥연히 보이는 호모 사케르를 발견한다. 나일 수 있고, 당신일 수 있는 호모 사케르를 마주보며 그들의 혼란이 승화될 수 있도록 작품에 담아 기록한다. 

Before the birth of humanity, there was the primordial earth. In this world of land that existed according to the laws of the universe, humans began to build their structures and systems. By digging pits and constructing houses on top of them, humans sought to possess the land that outlived them. Without considering who would dig these pits or who might be buried in them, the 'selfishness' of humans, driven by their desire for societal advancement, has brought modern society to where it is today.

Homo Sacer, literally meaning 'sacred human,' refers to beings who, deprived of social and political life, only possess biological life. These individuals are not protected by societal laws and are simply regarded as 'excluded.' Stripped of human dignity, autonomy, and identity, they live as if naked, existing throughout history in various forms and contents. Those sacrificed due to differences in religion, gender, or ethnicity have been the life-support mechanisms of human societies, ensuring the stability and harmony of certain groups. In contemporary society, Homo Sacer lacks a clearly defined form and instead has become a 'provisional' fate that can befall anyone within the vast encompassing framework.

Minju Kang identifies refugees as the 'Homo Sacer' of contemporary society. Although the ability to freely decide one's location may seem like a blessing, refugees stake their future in precarious situations. "We All Leaving." (2023) presents surreal images of buildings in various styles combined in modular prints, reflecting the reality of refugees wandering to find an identity. Each building, stitched together, signifies the transient 'home' of modern individuals. Kang shows how the fate of modern people, stitching themselves into haphazardly constructed houses, leads to the loss of a 'home' where one can rest and acknowledge their existence. By focusing on refugees who urgently need a place to settle, Kang draws parallels with the behaviors of modern humans. Works like "everywhere and nowhere" (2023) and "To Homo Sacer" (2022) utilize the pit motif to call back those who are excluded and marginalized in society. These works convey the anxiety of refugees, who, although present, seldom reveal themselves, and their uncertainty as they step into the unknown.

Creating a society reflected through pits, the borderless humans living within it do not deeply ponder what they enjoy. It is the existence of someone who continually digs into the obscured or seemingly endless pit to seek ideals that sustain our lives. Minju Kang discovers Homo Sacer, starkly visible in borderless, fragile humans. By facing the Homo Sacer which could be anyone, including herself or you, she records their turmoil in her works, hoping to sublimate it.


글: 이나경 Nakyung Lee 



강민주,<우리는 모두 떠난다.>,2023,천에 석판화,126 x 218 cm
강민주, <구덩이를 향하여>, 2022, 종이에석판, 100 x 70cm
강민주,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2023,알루미늄 마판에 석판화,105 x 105 x 250 cm